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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서로를 위한 수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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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밭들을 한 마을 안에서도 지대의 높낮이에 따라, 용암반의 분포에 따라, 자갈이 얼마나 섞였느냐에 따라, 물이 얼마큼 빠지느냐에 따라서 밭을 밟는 시기, 김을 매주는 시기,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시기가 달라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막연히 가지 밭의 농사 때만을 기다릴게 아니라, 노동력을 서로 교환해 농사일을 빨리 처리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했다. 또한 타지로 물질이나 고기를 잡기 위해 출가해 버릴 경우, 때를 놓치면 그 한 해 농사는 망치는 것이기 때문에, 이웃이 대신 그 기간의 파종이나 김매기 등의 농사일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면 출가했던 사람은 돌아와서 반드시 그 이웃의 농사일을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서로의 노동력이 오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남작’ 혹은 ‘놉’이라 부르는, 노동교환으로서의 ‘수눌음’이다.
수눌음은 ‘수눔장시’라고도 말한다. ‘장시’는 ‘장사’라는 뜻이다. 장사는 일방적인 의사가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교환이다. 수눌음 역시 서로 일손이 필요할 때 이루어지는 상호교환이기 때문에, 가족구성원만으로 일해도 충분할 경우는 하지 않았다. 따라서 연소자와 노인세대는 수눌음의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노동의 질과 양에서 대등한 청장년층끼리만 행해졌다. 제주 섬의 수눌음은 개별적 자유계약에 의한 대등한 노동교환이라는 점에서 한반도의 논농사지대에서 마을 구성원 전체가 강제의무규정에 의해 참여하는 ‘두레’와는 다르다.
이처럼 서로 필요하고 이롭게 하는 합리적인 노동교환인 수눌음 정신의 진수는 ‘이 세상에 공짜는 하나도 없다’고 믿는 제주사람들의 생각에 있다. “공짜 먹젱허당 가냐귀 알아구리 털어진다(공짜 먹으려고 하다가 까마귀 아래턱 떨어진다)”라는 제주인들이 쓰는 경구나 “산 때 안문 빚 죽엉가도 물어산다(살았을 때 못 갚은 빚 죽어서도 갚아야 한다)”라는 속담처럼 제주인들은 어떤 경우라도 받으면 그만큼 갚아야 된다는 정신으로 죽어서까지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신세졌다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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